백자의 아름다움은 끊임없이 상찬되어 왔으며, 한국미의 지극한 구현으로 여겨져 왔다. 구본창은 사진의 “사실적이고 기계적인 특성과 백자가 빚어내는 자연스러움은 좀처럼 서로를 받아들이지 않아” 고민을 했고, 결국 “백자의 외형적인 형태보다 그것의 내면에 흐르는 깊고도 단아한 감성을 파고들자”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 결과 화면에 담긴 것은 백자의 숨결이었다. 부드러운 피치핑크 톤으로 조절된 백자는 여성적인 곡선을 우아하게 드러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우 촉각적인 감각을 전한다. 백자의 무심한 형식적 미완성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는 일부러 살짝 흐려진 초점의 사진을 찍었다. 이제 그것은 더 이상 차가운 도자기가 아니라,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존재가 되었다. 구본창의 사진은 보는 것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각-촉각적인 공감각을 담아냈다. 백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었다.

구본창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에서 발췌 
이진숙(미술사)